지금 영국 런던에서는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한국과 북한 선수들도 나라를 대표해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매년 5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은 지구인들의 축제이고 문화 교류의 장이다. 각국이 금메달을 몇 개 땄느냐는 관심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올림픽을 통하여 전 지구인들이 하나가 되고 서로 사랑하며 협동하는 정신을 배우기도 한다. 이긴 선수에게는 축하를 보내고, 진 선수에게도 격려를 한다. 이것이 인류가 지향하는 공통의 자애(慈愛)적 정신이다. 모든 선수가 이길 수 없고, 모든 선수가 영광의 월계관을 쓸 수는 없다. 패배한 선수도 그 동안 열심히 땀을 흘렸을 것이고, 졌지만 다음에는 이길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 보았을 수도 있다.
국가의 체력은 곧 국력이라 했다. 그래서인지 올림픽은 이제 한 국가의 국력을 상징하는 일종의 시험장이 된 듯도 하고, 각국의 메달 수는 그 나라의 국력을 나타내는 힘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국가의 지도자들이 왜 자국의 금메달에 그토록 열광을 할까?
그것은 나라의 지도자로서 국민을 향한 지도력의 과시이고 정치 능력의 표출이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못 따는 나라의 지도자는 국민들에게 안 먹을 욕을 얻어 먹기 십상이다. “우리 지도자들의 능력이 떨어지는 관계로 나라의 체력도 이 모양이다”는 불평을 들어야 한다.
그러나 금메달이 그렇게 지도자의 마음대로 쉽게 목에 걸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국가의 지원과 체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올림픽 금메달은 선수 개인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한 나라의 지도자를 능력 있는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한국과 북한이 이번에도 분단의 상처를 안고 올림픽에 각각 참가를 했다. 슬픈 일이고 안타까운 일이다. 한 민족이 남과 북으로 나뉘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분단의 두 나라로 국제 행사에 참가를 해야 한다.
필자는 중국에 살면서 중국인들에게 “조선과 한국은 같은 언어를 쓰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 본다. “그렇다”고 답은 하지만, 왠지 마음은 쓸쓸하다. 이런 당연한, 어쩌면 질문 같지도 않은 질문을 받아 보면 일종의 허탈감도 찾아 온다. 가까운 이웃인 중국 사람조차도 조선과 한국의 언어가 같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다른 유럽의 사람들, 또는 남미의 여러 나라 사람들은 올림픽에 출전한 조선과 한국에 대하여 무슨 생각을 할까?
여지없이 두 나라를 다른 나라로 생각할 것이다. 하물며, 결승전 혹은 준결승에서 북한과 한국이 싸워야 하는 경우라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누구를 응원해야 할까? 그 사람들이 이런 남북의 슬픈 분단의 상황과 사연을 알기나 할까? 이런 경기를 보면서 같은 민족인 우리 두 나라의 국민들은 어떤 마음을 갖고 응원을 해야 하나? 올림픽이 개최될 때마다 이런 복잡한 상념이 필자의 머리에서 떠나질 않고 있다. 올해의 런던 올림픽도 그런 개운치 못한 상념을 준다. 역시 슬픈 일이다.
어찌하여 통일을 열망하는 두 나라 국민들의 마음을 각국의 지도자들은 외면하는 것인지. 올림픽만큼은 두 나라의 지도자들이 마음을 터 놓고 대화해 한 개의 단일팀으로 나설 수 있게 할 수는 없는 것인지. 그리하여 응원하는 한 민족의 모든 국민들이 단일팀을 위해서 목청이 터져라 응원을 할 수는 없는 것인지.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민족의 고유 전통과 문화를 공유한 한 민족이 정치와 여러 사회적인 통일은 천천히 한다 하더라도, 땀 흘리며 열심히 전념 할 수 있는 체육 활동만큼은, 올림픽에서의 경기만큼은 함께 할 수는 없는 것인지를 나 자신에게 매번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물어 본다. 그렇게 되기를 소원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소식을 보니, 북한이 초반에 역도와 유도에서 금메달을 연일 땄다고 들었다. 좋은 일이다. 반면에 한국은 그토록 믿었던 수영의 박태환 선수가 안타깝게도 실격 처리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 겨우 번복이 되어 은메달을 걸 수 있었다고 한다. 그 한국의 국민적 영웅인 박태환을 이긴 선수가 중국의 쑨양이다. 쑨양은 이렇게 박태환을 이김으로써 다시 한 번 중국의 영웅이 된 것이다. 물론,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다. 박태환이가 매번 금메달을 목에 걸어야 한다는 법도 없다. 그러나 한국 국민들의 실망감은 의외로 큰 듯하다. 절대적인 믿음이 준 실망과 배신은 의외로 큰 법이다. 그러나 북한은 금메달을 연일 목에 걸고 있는 중이다. 한국의 유도 간판 스타인 왕기춘 선수가 동메달도 따질 못한 반면, 북한의 유도 선수는 거뜬히 금메달을 목에 달고 시상대에 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들 마음 속에는 한국의 유도 스타가 비록 금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북한의 금메달 선수에게 박수를 보낸다. 잘 했고, 최선을 다 한 선수에게 보내는 의미를 넘어선 박수를 보내는 중이다. 바로 한 민족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지고 우리 민족인 북한이 이겼기 때문이 아니다. 유럽의 강호를 물리친 북한 선수가 기특하고 장해서가 아니다. 그냥 박수를 치는 것이다. 본능적인 힘으로, 한 민족이라는 동질의 힘으로 치는 것이다. 다른 이유가 무슨 필요가 있단 말인가? 다른 이유는 하나도 없다. 나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우리 할아버지와는 친척이 될 수도 있는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은 늘 그렇듯이 조금은 짠하다. 겉으로 박수를 치기에는 왠지 거북스럽고 눈치가 보인다. 분단의 세월이 그만큼 많이 흘러 갔다는 증거다.
남북의 허리가 잘려진 아픈 상처가 너무도 오래 아물다 보면 우리는 그 상처를 가끔은 잊을 수도 있다. 북으로 나 있는 철도의 철로가 오랜 세월 동안 기차의 흔적이 없으면 녹이 스는 것처럼 우리의 분단을 향한 아픈 마음도 녹이 슬고 있을 수 있다. 올림픽은 이런 녹슬은 우리의 분단에 다시 한번 통일이라는 용기를 주고 희망을 준다. 남한과 북한의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서 싸우는 모습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희망을 안아 보기도 한다. 언젠가 통일이 되는 날에 우리는 반드시 두 손을 꼭 잡고 시합에 나갈 것이다. 그런 날이 제발 오기를 바래 본다. 런던올림픽!! 그 수많은 함성의 메아리 속에 부디 북한과 남한의 응원이 한 목소리로 들렸으면 한다. 그럴 것이다. (dw67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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